어차피 거기서 거기?…싼타페냐 쏘렌토냐 '이젠 고민 끝' [노정동의 선넘는 차(車) 이야기]

입력 2023-08-27 14:51   수정 2023-08-27 16:37


소설 '삼국지연의'를 보면 오나라 책사 주유가 죽기 전에 "하늘은 왜 주유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라고 한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유도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적 지략가지만 끝내 촉나라 제갈량의 벽을 넘지 못한 데서 나온 말입니다.

하필 같은 시기에 나온 신형 싼타페('디 올 뉴 싼타페')와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더 뉴 쏘렌토')이 국내 중형 SUV 시장의 왕좌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주유와 제갈량 얘기가 떠오른 건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아서 입니다.

통상 싼타페와 쏘렌토 중 하나를 택할 때 '취향 차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외관 디자인을 빼면 거기서 거기다'라는 말 같습니다. 디자인을 제외하면 그냥 덮어두고 아무 것이나 골라도 만족도의 차이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다른 구석이 많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가격"

이번 신형 싼타페와 쏘렌토 부분변경 출시로 두 모델의 기본형 가격 차이가 4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원래는 형님격인 싼타페가 동일한 옵션과 트림 기준으로 쏘렌토보다 250만원가량 비쌌습니다. 쏘렌토가 이번 부분변경 모델에서 최저가 트림을 없애는 바람에 가격 차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의 가격을 2.5L 가솔린 터보 기준 269만~336만원씩 인상했습니다. 싼타페 기본형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가격은 3546만원부터 시작입니다.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에서 엔트리 역할을 하는 프레스티지의 가격은 3506만원부터입니다. 쏘렌토의 경우 동일 트림을 기준으로 하면 185만원 올랐는데, 기본형 시작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482만원이나 오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은 싼타페 가격이 트림별로 조금씩 더 비싸다는 얘긴데, 이 가격을 상쇄하는 다양한 편의사양이 있냐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기준이 될 겁니다.


두 차량의 기본형(익스클루시프 VS 프레스티지) 옵션을 보면 싼타페는 완전변경 모델인만큼 '차로유지보조2(HDA2)'가 들어간 반면 쏘렌토는 '차로유지보조1(HDA1)'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차로유지보조2는 차로유지보조1 대비 개선된 기능으로 다소 흐릿한 차선에서 전방 차량 인식을 통해 차로를 더 잘 유지해줍니다.

싼타페는 후측방 충돌경고와 진동경고 스티어링이 기본으로 탑재된 반면 쏘렌토는 추가금을 내야 탑재가 됩니다. 외관의 고급스러움을 결정 짓는 휠 크기도 싼타페는 18인치가 기본형인 반면 쏘렌토는 17인치가 기본입니다. 다만 쏘렌토에선 운전석 전통시트가 기본인 반면 싼타페는 옵션으로 추가해야 합니다.

기본형에서 싼타페가 쏘렌토에 탑재된 옵션을 넣는다면 20만원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쏘렌토가 싼타페에 탑재된 옵션을 넣는다면 300만원이 넘어갑니다.


중간 등급(프레스티지 VS 노블레스)에 포함된 옵션도 서로 다릅니다. 싼타페에선 후진 가이드램프와 1~2열 이중접합 유리가 기본 탑재됐지만, 쏘렌토는 1열만 이중접합 유리인데다 후진가이드램프가 빠졌습니다. 쏘렌토는 대신 천연가죽시트와 어라운드뷰 모니터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중간 등급에서도 어라운드뷰 모니터(파킹어시스트+1) 등 싼타페가 쏘렌토에 탑재된 옵션을 넣는다면 210만원이 들지만, 쏘렌토가 싼타페에 탑재된 옵션을 넣는다면 '드라이브 와이즈' 같은 사항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230만원가량이 더 듭니다.

고급 등급인 캘리그래피와 시그니처를 비교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싼타페가 같은 등급의 쏘렌토에만 있는 옵션을 추가로 넣으려면 '현대 스마트센스' '파킹어이스트+2' 등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210만원가량이 들지만, 반대의 경우엔 390만원이 추가됩니다.

결론은 기본형 차량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경우 쏘렌토가 나을 수 있지만 적당한 수준 이상의 옵션을 넣을 예정이라면 싼타페가 더 저렴해보입니다.
"누가 뭐래도 난 디젤"
디젤 차량을 원한다면 두 차량 중에 선택지는 쏘렌토 밖에 없습니다. 신형 싼타페에선 디젤 라인업을 없앤 반면 쏘렌토 부분변경에선 디젤 모델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쏘렌토 대기고객 중 디젤 모델을 선택한 비중이 전체의 5% 정도 된다는 게 기아의 설명입니다. 다만 기아가 이번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 발표회에서 "쏘렌토 디젤을 길게 가져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언급한 만큼 다음 5세대 쏘렌토 완전변경 모델에선 아마 디젤 라인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쏘렌토 디젤 신차를 사고 싶다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젤은 가솔린과의 연료 차이 때문에 기어비, 토크, RPM 등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디젤 차량 특유의 주행질감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여전합니다. 예컨대 항속주행을 하다가 갑자기 가속주행을 할 때 디젤은 낮은 RPM에서도 힘있게 차를 앞으로 내보내는 반면, 가솔린은 이 과정이 좀 더딥니다.


이번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 발표회에서 기아 관계자가 "디젤 특유의 토크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다"고 말한 부분이 바로 이 같은 뜻입니다. 디젤이 가솔린에 비해 더 큰 폭발력을 갖기 때문에 배기량이 비슷해도 토크가 더 커 차가 힘 있게 느껴집니다.

연료비가 더 저렴하다는 것도 디젤의 장점입니다. 지난 25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741.8원이고, 경유의 경우 1620.0원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넘어선 적은 있지만 통상 휘발유 가격이 경유 대비 비쌉니다.

다만 디젤은 환경적인 이슈 때문에 점차 비중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쏘렌토와 싼타페의 디젤 판매 비중은 2018년 90%에 달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늘어나면서 2020년 50%대까지 하락하고 지난해에는 10%대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올 1분기 판매량 중 디젤 비율도 싼타페는 15.7%, 쏘렌토는 13%로 지속해서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취항저격 편의사양"
각종 편의사양도 무시할 수 없는 비교 기준입니다.


신형 싼타페에는 현대차 중 최초로 스마트폰 듀얼 무선충전 시스템이 탑재됐습니다. 스마트폰 2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습니다.

싼타페는 이번에 최초로 양방향 멀티 콘솔을 도입했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콘솔이 앞에서도 열리고 뒤에서도 열립니다. 2열 탑승자가 2열에서 쉽게 콘솔박스 안의 물건을 꺼낼 수 있습니다.

신형 싼타페는 '아웃도어' 기능을 강조한 만큼 루프에 쉽게 오를 수 있게 차량 좌우 C필러에 '히든타입 어시스트 핸들'을 탑재했습니다. 루프랙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손잡이 입니다.


변속 레버의 경우 싼타페는 칼럼식으로 스티어링 휠 뒤쪽 아래에 배치돼 있습니다. 쏘렌토의 경우 기존 위치에 다이얼 방식으로 있습니다.


쏘렌토의 외관 디자인은 이번에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세련된 도심형 SUV 스타일입니다. 후드를 더 볼륨감 있게 만들어 남성성을 강조했지만 유선형 스타일의 현대적인 감각을 이번에도 유지했습니다.

반면 싼타페는 유려한 선이 돋보였던 과거의 디자인을 버리고 각진 형태로 보다 박시(boxy)해진 파격적인 스타일을 채택했습니다. 둥글둥글했던 뒷부분이 네모형태로 바뀐 만큼 공간도 다소 넓어졌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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